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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안으로 전국에서도 매우 더운 지역인 대구에 살면서 무더위+폭염+찜통더위가 한데 섞여 나를 괴롭히는 여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저 에어컨을 더위가 가실정도로 적당히만 틀고, 무념무상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에어컨을 왜 빵빵 틀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에어컨을 너무 빵빵하게 가동하면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간지러움도 심해지고냉방병에 걸린다. 냉방병에 걸리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이불 속에 폭 들어가 땀을 빼주면 좋은데 그러자니 피부에 열이 확 올라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마치 어제 오늘의 나처럼. 몸 속은 냉한데, 피부는 열이 들끓는 아이러니. (올 여름엔 아기를 보면서 내가 집에서 에어컨을 마음껏 조절해서 시원하게 할 수 있고, 집 밖에 잘 안나가서 무더위가 나를 정면으로 폭행하지 않았는데도, 왜 아토피가 심해졌는지 모르겠다...... 미스터리)
2월 출산 후 3개월 가량은 피부가 꽤 좋았다. 포근한 봄 기운이 있어서였는지, 임신 초기 중증 아토피 상태를 제외한하고 인생 최대 꿀피부를 유지했던 임신 중,후기의 호르몬이 출산 3개월까진 계속 이어져와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피부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나도 여름을 피할 순 없었고, 무더위가 강타하고 간 나는 심해진 아토피로 그저 넉다운 된 상태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우리 아기 피부(다행히 뽀얀 피부 유지중)와 출산 후 나의 아토피 상태, 그 이외 각종 이야기에 대해 블로그를 포스팅하고 싶었지만, 피부가 안 좋을 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그저 오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감사해지기에 각종 웹툰을 섭렵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볼 일이 있어서 우리 집에 시부모님이 방문하셨는데 나의 심해진 아토피를 보고 염려를 하고 가셨다. 매우 사려가 깊은 분이라서 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내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셨다는 말을 남기셨지만 며느리된 자로서 시어머니의 그런 말씀은 며칠 나의 마음에 약간의 혼돈을 일으켰다. 혹여나 당신의 아들과, 손주에게 나의 아토피로 인해 생길 안좋은 기운을 걱정하시진 않을까...... 나의 자격지심이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토피가 심해지면 가장 걱정이 되고 불편한 사람은 나, 본인이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내가 아토피가 심해지든 말든 그냥 평소처럼만 대해줬으면 좋겠다. '네 아토피가 심해진 건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일이야.'라고 느끼게끔 말이다.
타인이 내 심각해진 아토피에 대해 언급만하지않는다면, '어쩌면 이 사람이 눈치못챌 정도로 아토피가 심하지 않은지도 몰라.'하는 혹시모를 희망과 기대가 되살아나 마음이 한껏 편하다. 물론 터무니없는 기대라는 건 안다. 누가봐도 건강한 피부와 다르게 보인다는 건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의 아토피의 심각성에 듣는 건, 그 기대감이 깨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항상 기분이 우울하다. 울적할 때는 나는 종종 글을 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웹툰 감상을 잠시 미뤄두고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의 출산 후 아토피 증상과 우리 아기의 아토피 증세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셨기에 포스팅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밤에 나의 현상황을 사진으로 찰칵찰칵 찍고 노트북을 켰다. 
사실 나는 내 아토피 증상에 대해 사진을 잘 찍지 않을뿐더러 블로그에 잘 포스팅하지도 않는다. 심한 아토피 증세를 사진으로 올리면,내 블로그를 보는 지인들이 가끔 아토피에 대해 염려와 안부를 물어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사진을 잘 안 올리는  두 번째 이유다. 사진을 찍고, 올리고, 포스팅을 수정하는 동안 내가 내 아토피 상태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게 제일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올린다. 살인적인 더위에 짓눌려, 방구석에 숨어 심해진 피부를 버석버석 긁고있는, 나와 같은 분들이 계실 것을 알기에. 나의 근황으로 당신의 숨죽인 싸움이 덜 외로웠으면 해서.
유례없는 폭염 더위 속에서 아토피 안녕하신가요?
너무 덥고 아토피는 심해졌어요. 심해졌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으면, 모른 척 하고 지나쳐버리고 싶은 내 피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같아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말을 못했어요. 사실은 마음도 몸도 만신창인데.
그전에 제가 여름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여름은 12개월 중에 단 두달일 뿐이야."했던 게 종종 생각나요. 방구석에 틀어박혀 숨는 시간도 한달 남짓만 남았어요. 그 한달 그냥 빨리 보내버리려구요. 무념무상 뇌를 빼놓고, 웹툰보도 드라마보고, 아주 자극적인 것들로 시간을 채워서 울적한 마음은 잊어버리려구요. 
오늘 밤, 무사히 평안히 조금 덜 긁고 잠드시길 바라요.

붉은 기가 사진보다 꽤 심한데, 갤럭시는 자동 보정을 하는지 항상 실제보다 뽀얗게 나오더라.
목, 몸통, 팔, 다리, 허벅지, 엉덩이 모두 모두 빨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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