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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열달동안 내 배에서 잘 지내다 나오라는 뜻에서 지어준 태명처럼
건열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 벌써 36주차 태아가 되었다. 

 몸무게는 약 2.5키로, 머리 둘레나, 키 등도 적정하게 성장하고 있다. 임신 전에는 다른 산모들이 초음파 사진 보여주면 뭐가 뭔지 몰랐는데, 이제는 내 아기라서 그런가 초음파만 보아도 저게 눈이구나, 코구나 하고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외갓집의 핏속에는 외할아버지의 엄청 강한 우성 유전자가 있다. 그건 바로, 주먹코!! ㅜㅜ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피가 조금이라고 섞인 엄마 세대 남매들, 우리 세대 형제 자매들, 우리 세대들이 낳은 조카들까지 모두 주먹코다. 우리 건열이의 초음파 사진에도 약간 주먹코인 것 같아서 염려가 되긴 하지만, 배 안에 찌뿌러져 있다가 세상에 태어나서 코가 쭉 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희망을 갖기로 했다. 


 임신 후기(약 29주부터~)가 들어서면 내 아토피 상태에 대해서 쓰리라 마음먹었었는데 36주차에 쓰게 되었다. 육아휴직을 2달 앞두고 공교롭게도 사무실 일정이 매우 바쁘게 돌아가게 되어, 임산부임에도 주말에도 나가서 근무를 해야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허허.


내 피부 인생의 황금기를 가져온 임신 중기 생활이 지나서 29주쯤 임신 후기가 되면서 가려운 부위, 병변 부위가 또 달라졌다. https://topicisatopy.tistory.com/206

 

[19주차]임신 중기는 내 아토피 인생 황금기-아토피안 임신 계획은 어떻게 할까, 임산부 아토피는

임신 5주차 이후로 글을 쓰기로 했었는데, 벌써 19주차가 되었다. 중증아토피로 몸부림치던 임신 초기부터 스테로이드를 쓰면서 느리게 피부가 호전이 되었고, 신기하게도 임신 중기가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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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먼저, 임신 후기에 들어서면서 배가 커지는 속도가 무지 빨라져서 그런지, 배가 무척 가려워서 배를 엄청 긁어댔다. 배, 옆구리, 사타구니, 등 부분을 약 2주 동안 아주 벅벅 열심히 긁어댔다.  내가 아토피가 심해지면 나도 모르게 보이는 습관이 있는데, 바로 욕실에서 불을 끄고 문을 살짝 열어 놓고 샤워를 한다. 아토피가 심해지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가 더 속상해서 그렇게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남편도 샤워할 때 불을 끈 채로 샤워하는 나를 보고 아토피가 심해진 걸 알아차렸다. 

 살짝 아토피가 심해진 상태에서 방치하면 아토피가 전신에 확 퍼져서 다시 심해질까봐 보습을 엄청 열심히 하고, 사전 예방 차원으로 경대병원 피부과에서 처방받았던 토피덤로션(0.05/스테로이드)을 얇게 몇 번 펴발라주었다. 급속히 커지던 배의 크기가 속도를 조절하는지, 다행히 2-3주가 지나고 가려움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다만, 배에 상처가 났던 부위가 검게 변하고, 딱지가 떨어지면서 흉이남아서 많은 임산부들이 만삭사진을 찍을 때 배를 드러내보이고 찍는 사진은 나는 못 찍겠다 싶었다. 크게 속상하진 않았다. 배를 드러내보이고 찍는 사진이 민망하게 느껴져서 나는 피부 상태가 썩 좋아도 그렇게 찍지도 않았을 거니까.

유두, 손 
또 내 인생의 숙제, 유두와 손토피 녀석들이 신기하게 좀 가라앉기 시작했다. 특별히 뭘 한걸 아니었는데도 유두에 심한 가려움증과 진물이 줄줄 흐르는 증상이 멎었다.  유두는 정확하게 멎었다기 보다는, 진물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진물이 유두에 약간 굳어있는 정도로 완화되었다. 그래서 항상 유두에 노란 진물 딱지가 앉아있긴 하지만, 줄줄 흐르는 정도만 아니어도 살 것 같다. 손가락은 그전에 항상 손가락이 찢어져있었다면, 지금은 손가락의 주름만 두꺼워진 상태다. 아직도 잘 때 벅벅 긁긴 하지만, 그래도 찢어진 상처가 거의 없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 참, 나처럼 유두 아토피가 진물과 가려움증이 몇 년간 반복된다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경대병원 선생님은 다음 번에 진료 때 조직검사를 한번 고려해보자고 했다. 아토피 이외에 습진 등등 다양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외음부
다만!! 가장 가려움증이 심한 외음부 부분이 항상 문제였다. 일부러 한겨울에도 트렁크 팬티를 입고 스타킹을 신지 않은채로 목이 긴 타이즈를 신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어서 평상시에도 습하지 않게 유지해줬건만, 이 외음부 가려움증이 항상 말썽이어서 정말 밤마다 피가 나도록 벅벅 긁어댔었다. 항상 속옷에 피가 묻어있어서 속상했다. 

그래도 요 며칠 외음부 가려움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가려움증이 줄어든 원인 첫번째로는, 경대병원 피부과에서 선생님과 상담과 진료 후가 도움이 되었다.

낮에는 미친듯이 가려울 때마다 습포( 냉장실에 식염수를 보관하다가 시원한 온도의 식염수에 적신 거즈를 살짝 짜서 병변에 5분간 올려두었다 제거하는 것)를 하루 4번 정도 해줬다. 가려려울 때 바로 긁지 않고 바로 바로 습포를 통해 가려움증을 완화시켰다. (물론!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고 피가 나도록 신나게 긁기도 했다) 

그러고나서 시원하게 냉장고에 보관중인 보습제를 외음부에 잘 발라주고, 습하지 않게 통풍이 잘되도록 트렁크 팬티를 입고 돌아다닌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2회 가려운 부분에 리도멕스 0.3을 얇게 1회씩 발라주었다. 자기 전에 바세린을 바르라고 하여 바세린을 바르고 잤다. 이렇게 일주일 하고 다니 가려움증도 많이 줄고, 한 번 가려움증이 줄고 나니 상처들도 잘 가라앉으니 덜 긁어서 상처가 더 빨리 낫는 상태가 되었다. 자다가 외음부 가려움증때문에 2번씩 깨고, 짜증을 내다 잠들곤 했는데 요 근래에 외음부 가려움증때문에 깨는 일은 많이 줄어들어서 아주 행복하다. 그 이후에는 1일 2회 연고를 1일 1회 연고 바르는 것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참고로, 나의 외음부 가려움증에 대해서 경대병원 선생님은 나의 증상과 피부 정도(태선화, 상처 등)로는 일반인이라면 프로토픽 0.1을 하루 2회 정도 사용하면서 태선화와 가려운 증상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경대 병원 선생님은 임산부에게는 프로토픽을 쓰지 말라고 하는 입장이므로, 나에게 위와 같은 방법을 권했다. 이 이야기는 임신 후기 경대 병원 진료 후기에 대해서 다시 쓰겠다.)

 두번째로, 나의 민감부위(유두와 외음부) 가려움증이 많이 나아질 수 있었던 건 휴직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집에서 생활하면서 브라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  하의로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채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 바람도 피부가 꽉 조이지 않고 바람도 잘 통해서 편안해진 것 같다. 아마도 유륜에 2일에 한번씩 나던 진물이 멈춘 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계속 긴장하고 신경쓰던 일들에서 해방되어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마음껏 푹 쉬고, 가려울때 바로 바로 습포를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되었다. 

물론 난  오늘도 대부분의 많은 시간을 긁으면서 보내지만, 그래도 온 몸에 이정도 가려움증과 이정도 피부 컨디션이라면 정말 평생 임신한 상태여도 좋겠는 정도로 피부가 부드러운 상태다.

출산 이후 나의 호르몬 영향+ 원래 피부로 돌아가서 아토피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미래를 위해 항상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려고 하지만, 일단 출산 전까지 이런 피부 호황기를 마음껏 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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