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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 24일 토요일 밤, "아토피와 임산부"를 주제로 줌 모임을 했었다. (https://topicisatopy.tistory.com/211)

 모임에 아토피안으로 3명의 아이를 양육하고 계시는 H님 외에 약 7명의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아토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임신 막바지 38주차에 다다른 나는 출산 전에 모임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던 욕심이 꽤 있었다. 그래서 모임이 좋은 반응으로 끝나고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과 벅찬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잠자리에 눈을 감고 누웠는데 바로 잠이 오진 않았다. '오늘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었나? 모임에 오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소통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아토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목소리를 녹화한 줌 모임에 대해서 필요한 정보나, 좋았던 부분들은 글을 써서 블로그에 정리를 해두고자 마음먹었다.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못 온분들을 위해서였다. 여러 생각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모임이 밤 11시 넘어서 끝났으니 나는 12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 쯤되었을까. 하복부 쪽에서 '퍽!'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 듣는 소리라서 '이건 뭐지?' 싶었다. 혹시나 해서 화장실에서 속옷을 확인했는데 - 아주 연분홍빛 액체가 속옷에 비췄다. 내가 잘못봤나 싶어서 잠자리에 다시 누웠지만, 간헐적으로 액체가 나오는 느낌이어서 잠에 곤히 든 남편을 깨웠다. 

"나 혹시나 양수가 터진 걸지도 모르겠어." 

 당황한 남편과 역시나 당황한 나는 유튜브에서 양수터진 증상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양수가 터졌을지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다니는 병원 분만실에 전화했더니 병원에 와서 확인을 해보자고 했다. 우리는 양수가 설마 터졌을라고?! 에이~~ 설마. 하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은 하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외투를 입고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손을 잡고 털레털레 걸어갔다. 

집을 나선 시간은 약 새벽 5시 반, 그때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불과 6시간 후에 괴성을 지르며 아기를 출산하고, 남편은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게 될 거라는 걸.

 리트머스지를 불빛에 비춰보던 간호사가 한마디 짧게 "양수가 맞네요."하고는 지금 바로 입원을 하고 24시간 이내에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네?!" 남편과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바로 지난주에 정기검진에서 '오늘 당장 아기가 태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했지만, 초보 엄마 아빠인 우리는 그래도 아기가 40주에 나오겠거니~~ 오늘은 아니겠거니~~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리트머스지를 확인한 후,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입원, 분만, 출산, 병원에서 이틀 회복을 거쳐, 겨울바람을 가르며 조리원 입퇴소, 집에서 산후도우미 샘의 보조를 받아 3주 동안 몸회복기를 거쳐, 본격육아-남편과 팀을 이뤄 아기의 패턴을 잡아가는, 그야말로 우당탕탕 좌충우돌 천둥벌거숭이 부모의 육아 고행기는, 그날 새벽 5시에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이미 결승선을 출발한 경주마처럼 모든 일들과 사건들이 쉴틈없이 앞다투어 발생했던 80일간이었다. 처음 겪는 출산이라는 산을 넘어, 새로 배우고 헤쳐나가야 할 일은 무궁무진했다. 조리원 입소 후, 아기가 아토피가 생길새라 나는 무조건 모유수유! 가즈아!!!를 외치며 조리원에서 모자동실을하며 아기를 내 옆에 끼고 잠도 안자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집에와서 젖거부하는 아기를 남편에게 안겨놓고 침대에서 펑펑 울기도 했으며, 모유수유에 집착하다가 아기 몸무게 퍼센타일이 훅훅 떨어져서 아기가 행여 뇌발달도 느리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던 매일매일이었다. 모유수유 전문 상담 병원에 간다고 카시트에 신생아 태우고 고속도로를 탔던 일, 배꼽 육아종으로 20일된 아기를 안고 소아과를 여러번 방문했던 일, 혈관종으로 여러병원을 거쳐 작은 아기가 레이저 치료까지 받은 일, 그리고 ... 발진이 나타난 아기가 아토피일까 마음이 무너진 날들, 스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날들... 내 인생에 이렇게나 격정적인 80일은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매우 잘 자라고 있고, 나와 남편은 옥신각신 다투며 또 꺄르륵 웃으며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곧 100일이 되어간다. 아기는 점점 일상의 패턴이 자리잡아가고, 나도 내 시간을 조금씩 유용해가며, 아토피와 관련된 나의 출산 이야기, 아토피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 모유수유에 집착하는 이야기, 아기의 피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담아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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