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행스러운 건가?

주말마다 태아도 마음이 놓이는지 주말마다 쑥쑥 자라고 있다. 더불어 내 신체와 심리도 변동폭이 커지는데, 주말엔 유독 배가 지난 평일보다 한뼘씩 커지고, 가슴도 커지면서 유륜 주위에 진물이 주륵주륵 난다.

임신초기 아토피 중증상태를 제외하면 지난주인 임신 6개월 25주차까지 나는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임산부로 지내고 있었다. 입덧도 거의 없었고, 걸음걸이도 가뿐하고, 재빨라서 주변 지인들이 임산부가 아닌 것 같다고 놀라기도 했다. 지켜보는 분들이 천천히 걷자고 할 정도였다. 내가 느끼기에도 가끔 느끼는 약간의 변화들(계단에서 숨 참, 지하에서 산소부족, 졸림 증상 등)만 뺀다면 임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정도면 임신할만한데! 하고 임신 생활을 마음 넉넉히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도 다시 다가왔다. 고통의 순간이!

바로 ! 엄청난 소화불량(식도염 포함)과 배아픔 증상, 우울감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식사를 했는데도, 주말 내내 잘 때에도 위산이 올라올 정도로 소화가 안되었다. 하루종일 트름과 가스, 신물로 괴로웠다. 신물이 더 올라올까봐 물도 조금만 마셨다. 

내가 보기엔 지난 주에도 배가 컸는데, 이번주에는 유난히 배가 빵빵해지고 엄청 커지고 무거워졌다. 남편 말로는 지난주까지는 배빵이였는데, 이번주부터는 배빵빵이가 되었단다.  배가 갑자기 커지면서 지금까지 못 느껴봤던, 하복부 땡김 증상이 꽤 심해졌다. 오늘 점심에는 하복부 당김이 너무 아파서 점심 식사하러 나갈 때 엉금엉금 걸어다녔다. 

정신없이 지나간 월요일 근무 시간을 뒤로 하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지하철을 탔는데, 역시나 중년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란히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배가 너무 아파서 임산부석에 앉은 분께, 몸이 안좋으니 앉아도 될지 물어볼까 말까하면서 한참을 서있었는데, 다행히 앉아서 눈을 감고 계시던 분이 내 임산부 뱃지를 보고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감사하다고 하면서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서러운 감정이 왈칵 올라오고 마음이 우울해지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 게 아닌가. 허허참. 임신기간에는 감정 기복이 아주 심해진다고 하더니, 작은 것에도 서러워지는구나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게 임산부 우울감인가 싶다. 

그러다가 갑자기 참을 수 없게 화가 치밀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대구는 임산부석 홍보가 많이 안되어서 그런지, 임산부 배려석을 오히려 노약자석 등이나, 종종 비어있으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임신초기부터 6개월 동안 대구와 서울 등 지역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본 주관적인 견해) 그래서 그런지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려는 중년 이상의 분들이 항상 임산부석 앞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고, 역시나  내 앞에는 60-70대 되보이는 아주머니 두분이 나를 둘러싸고 서있었다. 아마도 내가 임산부인지 모르고, 내 자리에 앉기를 희망하는 분들인 것 같았다. 종종 그런 경우를 마주하니까. 역시나 둘 중 한 아주머니가 내가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일어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철푸덕하고 그 자리에 앉아버렸는데, 그 아주머니는 내가 앉아있는동안 옆에서 20분동안 통화를 끊지 않고 다양한 주제(김장, 이사, 딸 결혼 등)로 시끄럽게 하면서 보조가방으로 내 팔을 툭툭 치는 분이어서 내리면서도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자극에도 눈물이 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기도 하는 걸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한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배를 움켜잡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회사 행사로 일찍 퇴근한 남편이 미리 와서 반찬을 만들어 놓고, 비싸서 사먹지 못했던 딸기 한 통을 내게 선물로 주는 일이 없었다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저앉아서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뱃속의 건열이가 쑥쑥크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한 번 감정이 우울해지면 잘 회복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진 캡처: 마미톡 어플

내가 임신 몇 주인지 정확히 확인해보기 위해서 열어본 임신 관련 어플(태아 초음파 확인 어플, 마미톡)에서 "이 시기에 엄마는"이라는 부분을 읽고, 정확히 나의 상태를 나열해 놓은 걸 보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나의 현재 변화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오늘 아침에 한손으로는 배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잠겨지지 않는 코트를 여미면서 길을 나서는데, 엄마도 이러했겠구나 싶으면서 새삼 엄마에게 고맙기도 했다. 그 거 한가지는 오늘 한 생각 중에서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두손으로 배를 감싸안아 들고 이제 침대로 가야겠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