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매일 운다

 가장 문제는 어디에 가서 시원하게 말을 못 해서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나는 아주 지극히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으니, 내 고민과 무기력, 절망과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번 '네가 왜?'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아서 입을 떼지 못하겠다. 상대방에게서 공감이 아닌 싸늘한 시선을 보게 될까 봐 누군가에게 쉽게 말하기가 두렵다. 큰 변동 없는 직장생활과 동료 관계, 다정한 남자친구와 건강한 부모님, 퇴근 후 적당한 취미생활 등 이 모든 게 있는 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이런 사람이 고민을 얘기하면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내게 그런 대답이 단두대의 단두처럼 확 떨어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려워 혼자 끙끙 앓고 있다.. 

  나를 힘들 게 하는 것은 깊은 무기력이다. 어느 날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는데, 오분만 투자하면 끝나는 간단한 업무를 가지고, 그날 하루 온종일 그 일을 가지고 씨름하면서 끝내고는 집에 왔다. 이게 무기력증 증상인가하고 생각하며, 그날 나를 되돌아보며 꽤 당황스러웠다. 일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손에서 일이 멀어지는 것들. 일을 끝내고 와서도 허탈하고,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고 그렇다. 

   무기력의 원인은 대충 짐작이 간다. 나는 지금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내가 연차가 쌓여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 뿐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 이 큰 조직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의 무게가 무기력을 가져오고, 무기력은 점점 커져 내가 들고 있기에는 너무도 버겁고 엄청나게 힘이 든다.

 내가 열심히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떤가. 열심히 하려는 업무일수록 이상하게 많은 이들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고, 규모가 큰 일이니 많은 사람들의 입놀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건 결국 날카로운 신경전과 깊은 갈등뿐인 경우가 반복되었다. 노력은 결국 상처로 돌아오는구나.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열심히 하지 않게 되는 경험들이 되었다. 

  해가 갈수록 내 직업적 전문성도 쌓이고, 인정도 받고 싶지만, 이 조직에서는 그런 걸 바랄수록 더욱 내 현실과의 괴리감만 커져 속상할 뿐이다. 그래도 이 곳에서 열심히,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수록 무기력이 짓눌러 꼼짝 않는 무거운 몸뚱아리만 더 탓하게 될 뿐이다.

 한 해 중에서 가장 하기 싫지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업무 2개를 2월에 앞두고 있으니, 더 도망쳐버리고 싶다. 이 업무 두 개를 끝내면 좀 괜찮아지려나. 

살살 잘 달래서 마음을 끌어올려보려고 매일 무던히도 노력한다.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행동해보려 하고.  

하지만 나의 마음은 점점 더 돌이키기 어려워 보인다. 매일 밤 자기 전, 다정이와 통화할 때 나는 매일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