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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3.
오늘은 가수 박소은의 ‘일기’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세상엔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날 떠나가고
한껏 차려 입고 집을 나서면
그 날엔 무조건 비가 오지
세상엔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함께 했던 순간은 절대 영원할 수 없고
혼자 불이 꺼진 방에서 라디오를 켜면
왜 슬픈 노래만 나오는 거야
그저 우울한 어느 날의 일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날 혼자두지 마 아니 그냥 내버려둬
아냐 사실 잘 모르겠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중략-
내게 머물러줘 누구라도 좋아
제발 떠나지 말아줘
이젠 못 믿겠어 내게
영원히 머문다는 말 난
나는 우울한 그저 그런 사람
신경질적이고 그저 이상한 사람
날 혼자 두지마
아니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니 나를 두고 가지마
제발 나를 혼자 두지마”
아마도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회사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무엇때문이었을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승진은 나보다 한참 뒤에 입사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모두 그가 힘있는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조직에 처음 발을 들일 때 우연히 배정받은 변방의 부서로 계속 떠돌고 있었다.
흐트러진 변방의 부서일지라도 나는 이 곳에서 필수적인 일 외에도 가능한 많은 일을 찾아서 새롭게 이룩하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정신없이 흩어져있던 것들을 모아 내가 새로운 규정과 기준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기쁨도 있었다.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해낼 때,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도- 내가 보기에 완성도가 높은 일로 남으면 된다고, 그러면 스스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나를 다독거리며 힘을 내기도 했다.
가끔 상사의 기계적인 칭찬은 그나마 내가 받은 보상의 가장 큰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는 만큼, 맡은 영역의 넓이가 넓어지는만큼 사람들이 참견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졌고, 그들은 더 많은 것들을 내게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것을 따지기 시작했다. 비합리적이고, 엉터리같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임이 뻔함에도 가끔 누군가는 일단 내게 와서 소리를 지르며 무언가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화를 내곤 했다.
점점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 이 조직을 위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지 않으리라, 그냥 주어진 일이 간신히 목숨만 붙어 굴러갈 정도로 일을 해야겠다 매일 매일 다짐한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하루 종일 9시간 회사에서 지내는 나를 돌아볼 때 너무 처량한 일이다. 그래서 또 다시 일을 잘해내려고 노력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내게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주변인들과 잘하면 칭찬은커녕 그저 평균으로 삼아버리는 분위기였다.
주변인의 무언의 칭찬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소리내어 많이 칭찬듣고 싶었고, 내가 해낸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무한히 공감하며 내 능력을 인정해주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나는 이만큼 잘했다고 보상받고 싶었다. 성과상여금도 가장 좋은 등급을 받고 싶고, 승진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마 작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내 성과상여금의 등급은 – 내 실력과 전혀 무관하게도 – 내 부서의 최고 책임자가 본부를 상대로 압력을 넣어서 받아내온 결과였다. 나는 그저 ‘나’의 실력으로 보상받는 기회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평가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은 것일까. 나 스스로를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의 불만족인걸까. 아무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만 너무 심각하게 좌절하고있는 것일까. 동료들의 단순하고 평안해보이는 얼굴. 내 고민에 대해 ‘힘들죠?’라고 공감해주는 기계적인 반응을 듣고보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나만 그런 것 같다. 나만.
세상엔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나는 우울한 그저 그런 사람
신경질적이고 그저 이상한 사람
날 혼자 두지마
아니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니 나를 두고 가지마
제발 나를 혼자 두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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