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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우리관계의 이야기를 글로 많이 남겨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었다. 글로 남기려는 첫번째 목적은, 우리의 좋은 순간이나 힘든 순간을 글로 남기면서 우리의 과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성숙하거나 침체되어가는 지 살펴보기 위함이고, 두번째는 남편의 좋은 점을 많이 기술함으로써 남편을 미워하는 어느 날에 글을 다시읽고 남편이 멋진 구석이 있음을 상기하며 부부싸움을 더욱 극한상황으로 몰아넣지 않기위한 예방용이다.
남편은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장점이기도한데, 그게 말뿐만 아니라 말과 자신의 생각, 행동이 일치할 때가 많다는 건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
아침부터 남편은 배가 아프다고했다. 7시50분이면 통근버스를 타러가야했지만, 1시간 연가를 내고 9시에 자차를 끌고 출근한다기에 그러라고하며 허둥지둥나왔다. 나오면서도 1번 아차싶은 게 바쁜아침 출근에도 자고 있는 나에게 와서 꼭 뽀뽀를 하기위해 안방까지 들렀다가는 수고를 마다않는 남편에게 항상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난 남편이 누워있어도 호다다닥 그냥 출근했다ㅋㅋㅋ 다음엔 남편보다 늦게 출근하면 꼭 뽀뽀를 해주고오리라 다짐하며 오늘도 사무실에 간신히 도착해 한숨을 돌린 나는 곧 경악한다.
남편이 몰고가겠다는 자차의 유일한 차키가 왜 내 가방에 들어있는가??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소리를 질러서 사무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를 쳐다보든 말든 먼저 시계를 봤다. 오전9시. 남편은 지금 자차를 타고 집에서 출발해야 10시까지 출근하지. 지금 내가 집에 택시타고 가도 빨라야20분인데 이걸 어쩐다. 야속하게도 우리집기준 남편과 내 회사는 정반대방향이다ㅠ
"다정아ㅠ 일어났어? 미안해 차키가 나한테 있어..!!"
출근 길에 차키를 챙겨서 차에 두고 온 가디건을 사무실에 가져가면서, 그대로 차키는 가방에 며칠 모셔놓은 탓이었다. 남편도 아차! 하면서 머리를 굴려댔다. "내가 지금 차키 가져다줘도 회사 늦는데 어떡하지?" 침울한 내 목소리에 남편이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택시타고 갈게요. 덕분에 한시간동안 편하게 사장님처럼 타고 가겠네!"
아니,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화내긴 커녕 이 상황을 긍정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놀라움이 생겼다. 이발비 2,000원 아끼려고 동네에 널린 미용실을 놔두고 20분 걸어가서 머리를 깎고 오는 이사람에게 택시비로 2~3만원을 쓰게하다니. 아, 너무 미안해ㅠ
상황이 반대였다면 나는 분명 차키를 제때 제자리에 안놨으니 네 잘못이다고 쏘아붙이고 , 택시비 너무 아깝다고 계속 불만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아, 이 사람은 화를 안냄으로써 나를 배려하고 미안하게 하는 일거양득을 얻은 자가 아닌가. 세삼 이럴 때 남편의 성품에 감탄스럽다.

내가 출근 잘하는지 걱정할까봐, 택시도 잘탔다고 카톡도 남겼었네. 허 참, 놀라운 사람. 말과 생각, 행동에 여유가 있는 사람. 남편이 존경스럽고, 남편의 속성 중에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남편과 함께 오래 연애하고 결혼하여 반려자로 살면서 바뀐 부분이 문득 생각난다. "나한테 관심도 없지!"하고 다그치던 내가 "나에게 관심이 좀 덜해진 것 같으니 회사다녀오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줘." 설명하고 남편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알아챌 때 내가 성숙해져감을 느낀다. 매일 그런 너그러운 말을 하는 나는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소중한 이 사람이 나의 날 선 말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배려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상대방이 속상하지 않도록 내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일을 나도 천천히 배워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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